살며 사랑하며-자작글-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쁜꽃향 2008. 5. 7. 07:07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 밥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떼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 부르다"~~"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들어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넋두리인줄만 알았습니다.

 

한밤중에 자다깨어 방 한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그 모습을 본 후론...

 

아~ 어머니......

어머니...

당신은 그러면 안되는것 이었습니다...

 

어버이날이 바로 내일이다.

여전히

엄마 앞에 죄인인 나는

꿈속에서조차

눈물이 앞선다.

아니

차라리 통곡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그렇게 가셔버릴 불 알았더라면...

좀더

붙잡을 마음이었어야 했다...

 

평생을

자식 위해 헌신해 주신 엄마를

그리 쉽게 보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엄마!

치매 해도 좋으니까

살아만 있어줘...'

눈물을 삼키며

더듬더듬 뻔뻔하게

호흡기 꽂고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엄마께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이었다...

 

내 손을 꽉 붙잡으신

그 속 마음을 나는 난다.

'쓸 데 없는 돈 쓰지말고

퇴원시켜...

니 돈만 축내니까...'

엄만 늘 그러셨다...

 

치매하면 요양원에 보내버린다는 말로

엄마 마음을 후볐을 못된 딸이

치매해도 살아만 주시라고

손 붙잡고 눈물로 애원했던 순간을

아마 죽어서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 오후엔

연분홍 카네이션 하나 들고

엄마 산소엘 다녀와야겠다...

몇 년이 더 지나야

편안한 마음으로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엄마...

아직도 이 딸뇬 못 미더워

세탁 걱정

반찬걱정 하시는 건 아니지?

우리 아이들

엄마가 잘 키워주셔서

얼마나 든든하고 착하게 사는지 몰라...

 

아침부터 눈물이 흐르는 걸 보니

속으론 엄마를 많이 기리워하나 보다...

 

한 번도 직접 해 드리지 못한 말...

엄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