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스산함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좋은 과욕을 부리다가
내 몸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개 바늘을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옹처럼
피 한방울 후련하게 흘려보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항구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 보다는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상처받은 자들은 특별한 행위보다
서로의 존재 자체로 위로받는다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
상처받은 자는 이미 위로받은 자이고
어느새 위로하는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