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꽃향 2008. 8. 21. 10:12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스산함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좋은 과욕을 부리다가 내 몸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개 바늘을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옹처럼 피 한방울 후련하게 흘려보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항구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 보다는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상처받은 자들은 특별한 행위보다 서로의 존재 자체로 위로받는다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 상처받은 자는 이미 위로받은 자이고 어느새 위로하는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