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시방

우리가 걷고있는 길은

이쁜꽃향 2008. 11. 9. 11:36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은

바닷길 곶자왈 돌빌레 구불구불 불편하여도

우리보다 앞서간 사람들이 걷고 걸었던 흙길

돌바람 갯바람에 그을리며 흔들리며

걷고 걸어도 흙냄새 사람냄새 풀풀 나는 길

그런 길이라네..

느릿느릿 잠자리 날고
오후의 볕이 반짝 드는 골목길
가을 냄새가 시작된다

시들어가는 시간
사람들이 종종걸음 치는 저녁 때면
어김없이  등줄기가 시리다

갑자기 햇살이 엷어지고
나뭇잎 하나 툭! 떨어져 내리면
나도 옷깃을 여며야 한다
내일을 기약하는 마른 풀잎처럼
다시 마음을 다잡으리라
늦어도 11월에는.

 

우리가 오래오래 걷고 싶은 길은

느릿느릿 소들이

뚜벅뚜벅 말들이 걸어서 만든길

가다가 ㅡ 눈과 마주치면

나도 안다는 양 절로 웃음 터지는 그런 길

소똥말똥 아무렇게나 밟혀도 그저 그윽한 길

느려터진 마소도 팔랑팔랑 나비도

인간과 함께 하는 소박한 길

그런 길이라네..

 

허영선의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