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글방

침묵피정

이쁜꽃향 2009. 1. 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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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 피정 엄숙하다 눈 덮인 산 입구에 들어서니 나무들이 미사포를 쓰고 있다 말문을 닫은 자들이 오르는 긴긴 묵상의 대열 나는 젤 뒷자리에 서서 말문이 아니라 목숨도 닫을 요량으로 저 세상의 소음과 단절의 각오를 투합하는 눈 덮인 바위산을 본다 여기서 내 말은 죽었지만 내 발자국은 살아 눈뜨고 있으니 여린 풀들을 키우는 내 가슴은 끓는다 어둠이 오면서 우리가 선 줄은 일제히 지워지고 지금부터다 스스로 갈길을 정하는 단호한 선택 급냉시키듯 기온 추락하는 겨울 밤의 으르렁거리는 검은 이빨 사이 나 기꺼이 凍死를 향하여 눈 산 위에 입 꽉 다문 결의를 찍으며 침묵의 재를 넘는다 등뒤에서 발자국들이 새끼 양떼처럼 줄줄이 따라온다. 詩/신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