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류시화*용혜원

지금 마지막이라 해도 ...

이쁜꽃향 2010. 10. 28. 09:25

      내 앞에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을 보고 있지 않다. 두눈은 멀쩡히 뜨고 있지만 무언가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기까지 내 시선에 담겼던 것 들. 그 중에 무엇하나 기억해 낼 수 없는 것은 그냥 건성으로 보고
      건성으로 지나쳤기 때문이다. 그래, 우리는 그렇게 앞만보며 걷는다. 오로지 자기 갈 길만 부지런히 갈 뿐이다. 꽃이 피는지, 바람이 부는지 주변에 대한 관심도 도통 없다. 그렇게 해서 어디를 가려는지, 또 무엇 때문에 가려는지 알지도 못한 채. 물론 더 큰집, 더 좋은 승용차, 더 높은 자리를 위해 열심히 걸어가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잃어 버리는 것이 많다면? 그 잃어 버리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에 있어 사실은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지하철을 탔을 때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무표정이기 일쑤다. 멍 하니 허공만 응시할 뿐
      주위에 별 관심이 없다, 하기사 주위에 관심을 가졌다가는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어쩌다 시선이 마주쳐도
      얼른 고개를 돌려 피해 버리고 만다. 상대방에게 괜한 오해를 사고싶지 않은 까닭이다. 어떤 때는 정말 숨이막힐 것 같다. 볼 것만 보고
      자기 일이 아닌 것은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기는 세상이,
      그래서 너나 없이 가슴을 꽉 닫아두고 있는 세상이.. 창문을 닫으면
      햇볕이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젠 좀 마음의 창문을 열고 서로에게 가벼운 눈 인사라도 나눴으면... 오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의 안부도 묻고, 몸져 누운 옛 은사의 병문안도 갔으면, 옆집에 누가살고,
      그 사람은 무얼 하는지 주변에 관심도 좀 가졌으면... 그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래알이 모여 하나의 백사장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따로따로 흩어지지 않고 함께 모여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 그렇게 어울려 살아가야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있으리라. 내가 너의 배경이 되어주고, 네가 나의 배경이 되어주는 삶. 그렇게 모여 살아야
      또 풍성할 수 있으리. 모래알이 많을수록 더 넓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되는 것 처럼.. 다만 내 손을 조금 뻗는 것만으로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할 사람이 바로 내앞에 있다. 바쁘다고 그냥 지나치려는가? -이정하 / 지금 마지막이라 해도 마지막이 아닌것 처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