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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꽃다발

이쁜꽃향 2009. 8. 24. 12:21



어머니와 꽃다발
                    태연 김경숙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자꾸 마음이 허전해지기 시작했어요"
오월 녹음이 내려앉기 시작한 보광사 오솔길을 나란히 걸으며
그녀는 나직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부산에 사는 친구가 전화할 때 마다 성당에 나가면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독실한 불교신자이신 시어머님 눈치가 보여서 늘 망설였지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그녀
"어머니께 성당에 다니겠다고 말씀드리니 내내 말씀이 없으셨어요
그리고 세례 받는 날 어머님이 장미꽃다발을 안고 성당에 오셨어요
제게 '다시 태어난 것을 축하한다'하시면서..."
살짝 그녀의 눈동자에 이슬이 맺혔다
"어때요? 우리 어머니 정말 멋진 분이시죠?"
저녁 예불을 위해 커다란 통나무로 종을 두드리는 스님 앞에서 
합장을 하며 그녀는 나를 향해 해당화 처럼 맑게 웃었다.
생판 남남으로 살다가 만나 이루게 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 안에서 서로를 어우르며 감동을 주는 일이 어디 쉬우랴마는
팔순 노모의 팔에 안긴 장미꽃다발은 사랑과 평화의 협정조약승인
바로 그것이었다
  
  
Tip :모든 행복한 가족들은 서로 서로 닮은 데가 많다. 
      그러나 모든 불행한 가족은 그 자신의 독특한 방법으로 불행하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러시아 작가:1828 ~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