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류시화*용혜원

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쁜꽃향 2010. 5. 9. 12:40

      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구석자리는 내 차지였지요 조용한 음악일수록 더욱더 짙게 내 가슴을 파고들고 난 펼쳐진 신문을 보는 등 마는 둥 오로지 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웬일인지 그대가 늦고 그럴 때면 내 마음은 한 자리에 못 있습니다 공연히 찻잔만 만지작거리며 온갖 걱정에 휩싸입니다 혹시 오다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평소에는 꽤나 느긋한 편인 내가 그대에게만은 왜 이렇게 안절부절인지 모를 일입니다 주변에 있던 딴 손님들이 흘끔흘끔 쳐다봐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난 어느덧 반 갑이나 남아 있던 담배를 다 피웠고 마지막 남은 한 개비를 비벼 끄고 있을 즈음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아 그렇습니다 그대는 항상 소리없이 내게 나타났지요 소리없이 내게 다가와 내 마른 가슴을 적셔주곤 했지요 -이정하님의 좋은글中에서-

      전신주에 가만히 이마를 대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단지 열 번을 반복하는 사이 아이들은 모두 숨어 버렸습니다 투명한 풍경 박살난 햇빛 속에 나만 혼자 남아 있었습니다 마흔이 훨씬 넘은 오늘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불현듯 사람이 그리운 날에는 술을 마시고 못 찾겠다 꾀꼬리 아무리 외쳐 보아도 사방은 견고한 어둠 어둠 속의 벽 전신주만 두통을 앓고 있습니다 내 유년의 외로운 그 날부터 오늘까지 먼 별을 향해 교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못 찾겠다 꾀꼬리 못 찾겠다 꾀꼬리 사랑합니다....영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