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구석자리는 내 차지였지요
조용한 음악일수록 더욱더 짙게 내 가슴을 파고들고
난 펼쳐진 신문을 보는 등 마는 둥
오로지 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웬일인지 그대가 늦고
그럴 때면 내 마음은 한 자리에 못 있습니다
공연히 찻잔만 만지작거리며 온갖 걱정에 휩싸입니다
혹시 오다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평소에는 꽤나 느긋한 편인 내가
그대에게만은 왜 이렇게 안절부절인지 모를 일입니다
주변에 있던 딴 손님들이 흘끔흘끔 쳐다봐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난 어느덧 반 갑이나 남아 있던
담배를 다 피웠고
마지막 남은 한 개비를 비벼 끄고 있을 즈음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아 그렇습니다
그대는 항상 소리없이 내게 나타났지요
소리없이 내게 다가와 내 마른 가슴을
적셔주곤 했지요
-이정하님의 좋은글中에서-
  
전신주에 가만히 이마를 대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단지 열 번을 반복하는 사이
아이들은 모두 숨어 버렸습니다
투명한 풍경 박살난 햇빛 속에
나만 혼자 남아 있었습니다
마흔이 훨씬 넘은 오늘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불현듯 사람이 그리운 날에는 술을 마시고
못 찾겠다 꾀꼬리
아무리 외쳐 보아도
사방은 견고한 어둠
어둠 속의 벽
전신주만 두통을 앓고 있습니다
내 유년의 외로운 그 날부터 오늘까지
먼 별을 향해 교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못 찾겠다 꾀꼬리 못 찾겠다 꾀꼬리
사랑합니다....영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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