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부자 났다. 하루 아침 만석군 났다.
흩날리는 만 장 지화 쏟아지는 금은 보화 생살을 꼬집고 봐도 꿈 아니라 생시다. 앞산도 배가 불러 멀찌감치 나가 눕고 돈짝만한 해도 제 자리에 뱅뱅 돈다. 떠났던 사당패들은 징 치고 돌아오나 왜 아니라. 왜 아니라. 언제는 가난했더냐. 떡 벌어진 잔칫상 상다리가 휘청거린다 흥부네 박타던 날이 영락없이 이랬을라. - 박재두(1936 - 2004) ‘가랑잎에 묻혀 서다’ 전문. 어느 시인은 굴러다니는 낙엽을 보고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라고 했는데, 박재두 시인은 “만 장 지화 쏟아지는 금은보화”라고 한다. 세상 마음먹기 달렸다. 화자는 위안 삼아 그렇게 상상해보고 나니 박타던 날의 흥부처럼 넉넉해진 자신을 느끼게 된다. 저 번쩍이는 햇살과 나뭇잎의 붉은 빛이 금보다 귀하고 다이아몬드보다 찬란하다. 왜 아니랴. 보물을 꼭꼭 감춰두고 사는 사람들보다 언제는 가난했던가. *** 김동찬,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0년 1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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