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자작글-

엎드려 절 받기

이쁜꽃향 2008. 5. 15. 10:12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신의 기념일은

곧 국경일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나라고 별 수 있을손가!

 

해마다

내 기념일을 거른 적이 없던 녀석들이

올 어버이날엔

달랑 문자로 시늉만 하고 만다.

이대로 그냥 지나쳤다간

앞으로 영영 찾아먹기(?) 힘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버이 날인디 뭐 선물 같은 건 없냐?'

동시에 두 녀석에게 문자를 날렸다.

 

'어린이 날은 띙가 묵고는...'

큰 넘의 답이다.

괜히 미안해서 해 본 말이란 걸 안다.

다음 주면 만날 것이라서

그 때 이벤트를 하리란 게 훤히 보인다.

하지만 짐짓 모른 체 시치밀 떼고,

 

'얼래??

니가 아직 어린애였냐?

미처 몰랐다~그래서 아즉 여친도 없냐?

근다고 어버이날을 빼 먹냐?'

이쯤 되면 게임 아웃이다.

당연히 승자는 나니까!

 

둘째는 묵묵부답이다.

학생이 뭔 돈이 있겄냐는 무언의 시위인가...

다시 문자를 날린다.

'니 어릴 적엔

어린이 날에 로보트 사주고

만난 것도 많이 사주고

맨날 놀러 댈꼬 댕겼는데

넌 워째 벌써부터 이뿐 어메를 찬밥 취급이냐?'

 

띠리릭~!

곧바로 문자가 들어온다.

 

'뭐시 로보트를 사줘?

어린이날은 노는 날이라고

맨날 나불도 간 기억밖에 없구만.

글고 초등 1학년 때에야 친구한테 듣고서야

어린이날에 선물 받는 단 걸 알았구만.

4학년부터는 어린이 아니라고 챙겨주도 안해 놓고'

 

으악~~~!!!

기가 막혀서

하는 수 없이 원색적으로 나갔다.

 

니 형아가 증인이니

다음 주에 만나서 따져보자.

엄마 가계부를 증거로 내 놓으마...등등...

 

친정 엄마가 살아계시면

제대로 증인이 되어주실 건데...ㅉㅉ

우리집이 완구점인가 착각할 정도로

방안 가득 쌓여 있던 장난감들...

사진이라도 찍어 둘 것을...

하며 억울해하고 있었는데...

 

부랴부랴

제주도 한라봉을

택배로 주문해서 보냈더라고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