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 밤이구나.
훈련소의 밤은 어떤지...
썰렁하게 빈 방에 들어와
너랑 서로 차지하겠다고 덤비던 컴앞에 서서
울 아들넘이 좋아한다는 소희의 얄미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만 울컥 눈물이 터지고 마는구나...
사람이 든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금방 표가 난다더니...
전혀 입대하는 녀석 답지않게 태연했던 너의 속 깊은 행동에
이 어미의 마음 한 켠이 얼마나 저려왔는데...
저녀석...심란한 마음일텐데 전혀 내색을 않네...
엄마가 우는 걸 넌 싫어하지...
그런데 어쩌냐...
못 생긴 네가
추위에 낯선 곳에서 훈련에 힘겨을 내 아들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 걸...
아~기숙사 들어갔다고 생각해~
어차피 방학 때만 만났잖아...
그렇게 생각할려고 애 썼어.
그런데...
그런데 막상 통화도 안된디고 생각하니
이제 서서히 실감이 나나보다...
네 형아 군대 보내놓고
엄마가 얼마나 울면서 보냈는지 넌 기억하니...
어느새 십여 년이 다되었는데,
둘째라서 그래도 좀 낫다 생각했는데
이 방안에서 냄새 폴폴 풍기던 네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한 번도 네가 딸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못했었는데...
오늘은 정말 절실하구나...
딸이었으면 군대 안가도 되는 것을...
누가 보상해주지도 않을 이십개월.
그 귀한 젊음의 시간을 허리를 싹둑 자르다니...
인혁아...
내 아들아...
부디 몸 조심하고 감기 조심하길...
어젯밤 잠도 설쳤을텐데...
사랑한다...
사랑한다...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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