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넘의 사무실은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다. 게다가 민원 전화는 시도 때도없이 걸려 오니 업무와 겹쳐 스트레스 만땅이다. 내 책상의 전화는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 모두가 새로 도입한 '장기요양보험 제도' 때문이다. 이 북새통에 여전히 연거푸 울려대는 전화... 거칠게 수화기를 들었다. '서울지방경찰청 범죄 수사과 000 경장입니다.' 뭐시라!!! 서울지방경찰청??? 이 바쁜 통에 또 보이스피싱인겨? 오냐~ 너 잘 만났다!! 다짜고짜 언성부터 높였다. '야~! 경찰청? 웃기지 마! 너, 보이스피싱이지??' '아닙니다. 지금 수사 중이오니 협조 바랍니다~' '어쭈~놀고있네~ 수사 좋아하네~ 야 인마~ 너 이름과 소속 정확하게 다시 밝혀봐.'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수사과 000경장이라니까요. 수사 협조 바랍니다~' '야~! 내가 어려서 울 아빠가 파출소 소장이라 경찰서 안마당에서 자랐거덩~ 어디서 사기칠려고 해~ 안 그래도 울 언냐가 며칠 전에 너같은 사기꾼에게 당할 뻔했다고~ 이게 어디서 뻥까고 있어!!' 상대방도 열불 나는지 음성이 높아졌다. '보이스 피싱 아니라니까요~ 이건 정말 수사 중이라구요~' '수사 좋아하네~ 어디서 사람 깐보고 있어~' 말허리를 뚝 잘라서 지금껏 쌓인 스트레스를 몽땅 퍼부어댔다. 너 오늘 임자 만났다!! 한참을 언성을 높여 옥신각신 주거니받거니... '울 언냐도 며칠 전에 너같은 넘한테 열라 열 받았다니깐~ 내가 속을 줄 아냐???' 수화기를 막 놓으려는 찰라... '전남 도청 00과 0주사님 아니신가요?' 경찰이란 그 남자가 화급한 목소리로 묻는다. 얼래래?? 요즘의 보이스피싱은 개인 신상도 모두 끼고 한다더만 그말이 진짠가 보네?? '야! 너 어떻게 내 신상명세를 꿰고 있어? 바른대로 말 안해??' '정말 경찰 맞다니깐요~ 08년도 00사건 수사 중입니다.. 헉!!! 이렇듯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걸 보니 정말 경찰인가 보네... 내 담당이 아닌 사건이라서 그 담당 연락처를 알려주겠다 했더니 조심스레 경찰이 하는 말... '저... 그 담당자에게 전화 한 통만 해 주시겠습니까... 요새...보이스피싱 때문에 정말 수사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제발 ... 전화 좀 받아달라고 해 주실래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그넘의 보이스피싱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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