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자작글-

돈 벌기가 쉬운 줄 아느냐...

이쁜꽃향 2011. 1. 15. 16:47

 

 

지난 주 쌓인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오늘 또 다시

조용히 눈발이 날린다...

 

도로가 고드름덩이가 서로 엉킨 것처럼

울퉁불퉁 빙판인 것은

처음 본 듯하다.

수도가 며칠씩이나 얼어버린 것도 처음 본다.

 

여름이 너무나 싫다고 해 왔는데

이러다간

겨울에게 그 순위를 빼앗길 것만 같다.

 

날씨가 추우니

외출도 싫고

운동도 못하고

나태해진 자신이 싫어져

우울감마저 생기는 나날...

 

제대하고 복학 준비를 하는 아들넘이

겨울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혼자서 부산을 떨며 수소문하더니

노가다를 해야 돈을 많이 번다며

과외나 하라는 내 충고를 단호히 마다 한다.

몸을 움직이며

일을 해보고 싶단다.

 

나는

대학 다닐 적에

과외에 재미를 붙여

시간 체크해가며 칠판에 정열을 쏟았었는데

아들은 내 성향은 전혀 아닌 모양이다.

 

이른 아침에 출근해야한다 하니

날라리 어미

아들녀석 아침 챙겨 줄  걱정이 앞서는 건

정말 어찌할 수가 없다...ㅜ.ㅠ.

 

하루 일당 7만원,

야근하면 십만원.

적은 수입은 아니네...

 

하루 다녀오더니

저 때문에 엄마가 아침 일찍 서둘러야하는 게

 마음 쓰였는지

그냥 숙식을 하겠단다...

 

일주일 숙식하고

지난 주말에 거지꼴로 귀가한 아들녀석

씨익 웃으며 한 마디 한다.

 

'엄마!

한 달에 이삼백 버는 게

쉬운 게 아니네...

그러고 보면,

엄만 정말 대단해잉~하하하'

 

그럼, 인석아~

돈 버는 게 쉬운 줄 알았더냐...

 

오늘처럼

이렇게 눈 내리며 한파가 거듭되는 날

이른 아침부터

조선소에서 전기 배관을 만지고 있을 녀석 생각에

향기로운 커피향에 취해

따스한 거실에 배 깔고 엎드려

텔레비죤 보는 게

괜시리 미안해지는 건

당연지사겠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하니

부디

오늘의 경험이

녀석의 앞날에

쓴 보약이 되어주기를...

 

추운 날이지만

모두들 건강하게,

웅크려 있지 말고

올 한해

즐거운 일만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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