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자작글-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선물

이쁜꽃향 2011. 7. 3. 12:48



 

아이들이 온다고 한다.

국경일 보다도 더 중요한

우리집에서

일년 중 가장 큰(?) 행사인 내 생일.

태풍이 방해를 하여

일주일 늦춘 모임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인가...

아이들 온다는 소식에

며칠 전서부터 가슴이 설렌다.

 

택시 타고 들어올테니

괜히 역에까지 나오지 말고 쉬시라는 당부도

잊지않는 내 아이들

그 시간이나마 집에서 좀 쉬시라는 말을 덧붙인다

 

 
오자마자 씻고

급조한 엄마표 저녁 식탁에 앉더니

잠시만 기다리란다.

작고 앙징맞은 모카케익에

(참고로 단 음식을 싫어하는 엄마를 위해 고르고 고른 케익)

달랑 커다란 초 한 자루...

 

이제 시작이니

부디 건강하게 잘 사시라는 해석...ㅋ

아이들은 그저 엄마를 즐겁게해주기 위한

해맑은 미소가 넘친다.

 

 




어린 아이들처럼 케익을 사이에 두고

둥글게 모여 앉았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손뼉 치며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더니

선물과 편지를 내민다.

이번엔 또 무얼 준비한 걸까...

 

해마다

깜짝 선물로 날 웃게하는 아이들이니

그 선물 또한 궁금하다.

 

선물이란 그 내용이 무엇이건간에

주는 사람의 마음과 성의가 중요하다고들 하지...

물론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도 중요한 건 사실이지 않을까...

 

 


목걸이다.

단아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뭘 이런 걸 준비했어...라며 목에 거는데

큰아이가 설명을 덧붙인다.

 

엄마! 그거...한 달 동안 고른거야.

내가 결혼하기 전에

엄마한테 꼭 선물해주고 싶었거든.

결혼하면 마누라 눈치 보여서

이런 선물 하기 힘들 거 같아서...

 

헉...

그렇다면 ...

정말 꽤 비싼 거 아냐...?

 

 

 

어때?

마음에 들어?

종로 보석상을 모두 다 뒤져서 구한거야.

그곳이 커팅이며 디자인이 최고래...

 

그런데, 보석상 주인들마다

 모두가 결혼식은 언제냐고 묻대...ㅋ

(신부 선물 고르는 줄 알았던가 보다...)

어머니 선물로 이런 걸 고르는 사람은 처음이래...

 

대체 얼마짜리길래...

 
 

엄마~

이거 다이아야...

보증서가 있으니

언제든 팔게 되면 90프로는 쳐준대...

 

그러면, 목걸이는 은이니?

아니, 백금.

얼마짜린데???

 

헉!!

배짱도 좋다...

 

'차라리 만원짜리 삼백 장

목에 걸고 다닌 게 더 낫지 않을까...'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지만

이렇게 큰 선물을 건넨 걸 보면

이젠 정말 결혼할 생각이 드나보네 싶어

시원섭섭한 이상 야릇한 심정,,,

 

.

 

 

'엄마~!

십년 뒤엔 둘째한테 받아~ㅎㅎ'

은근히 십 년 터울 아우에게

너도 장가 가기 전에 큰~ 선물 하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 큰 애.

 

갑자기...

고맙다는 말문조차 막혀 버린다...

목이 메인 걸 감추기 위해

아이들의 편지를 꺼냈다.

 

군대에서도 편지 쓰기 싫어 혼났는데

강제로 쓰라해서 썼었는데,

오늘은 형아가 강제로 쓰라 해서 쓴다며

사랑하는 엄마~

건강하게 우리와 행복하게 살자는 말을

재미있게 그려 낸 둘째와

 

언제나처럼

든든함과 대견함이 잔뜩 묻어 나오는

큰 아이의 편지는

가슴 속에 진한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평소에 얼마나 검소한 아이인가를

너무나 잘 알기에

일년치 용돈을

내 선물에 투자한 아이의 마음이

정말 눈물겹게 고맙기만 하다.

여느 엄마들처럼 온갖 정성을 쏟아가며

잘 해 준 것도 없는 엄마...

 

바쁘다는 이유로

잘 챙겨주지 못하는 엄마를 만난 탓에

정말 스스로 자라준 아이들인데...

 

 

...

내겐 너무나 소중한 선물

내 생애 가장 고귀한 선물

 

그건 바로

너희들이란다...

 

오늘 받은 백금 다이아는

이 다음 세월이 많이 흐른 뒤

네 아내에게 선물로 줄께

 


 

사랑한다, 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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