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 보다도 더 중요한 우리집에서 일년 중 가장 큰(?) 행사인 내 생일. 태풍이 방해를 하여 일주일 늦춘 모임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인가... 아이들 온다는 소식에 며칠 전서부터 가슴이 설렌다.
택시 타고 들어올테니 괜히 역에까지 나오지 말고 쉬시라는 당부도 잊지않는 내 아이들 그 시간이나마 집에서 좀 쉬시라는 말을 덧붙인다
급조한 엄마표 저녁 식탁에 앉더니 잠시만 기다리란다. 작고 앙징맞은 모카케익에 (참고로 단 음식을 싫어하는 엄마를 위해 고르고 고른 케익) 달랑 커다란 초 한 자루...
이제 시작이니 부디 건강하게 잘 사시라는 해석...ㅋ 아이들은 그저 엄마를 즐겁게해주기 위한 해맑은 미소가 넘친다.
어린 아이들처럼 케익을 사이에 두고 둥글게 모여 앉았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손뼉 치며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더니 선물과 편지를 내민다. 이번엔 또 무얼 준비한 걸까...
해마다 깜짝 선물로 날 웃게하는 아이들이니 그 선물 또한 궁금하다.
선물이란 그 내용이 무엇이건간에 주는 사람의 마음과 성의가 중요하다고들 하지... 물론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도 중요한 건 사실이지 않을까...
목걸이다. 단아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뭘 이런 걸 준비했어...라며 목에 거는데 큰아이가 설명을 덧붙인다.
엄마! 그거...한 달 동안 고른거야. 내가 결혼하기 전에 엄마한테 꼭 선물해주고 싶었거든. 결혼하면 마누라 눈치 보여서 이런 선물 하기 힘들 거 같아서...
헉... 그렇다면 ... 정말 꽤 비싼 거 아냐...?
어때? 마음에 들어? 종로 보석상을 모두 다 뒤져서 구한거야. 그곳이 커팅이며 디자인이 최고래...
그런데, 보석상 주인들마다 모두가 결혼식은 언제냐고 묻대...ㅋ (신부 선물 고르는 줄 알았던가 보다...) 어머니 선물로 이런 걸 고르는 사람은 처음이래...
대체 얼마짜리길래... ![]() 엄마~ 이거 다이아야... 보증서가 있으니 언제든 팔게 되면 90프로는 쳐준대...
그러면, 목걸이는 은이니? 아니, 백금. 얼마짜린데???
헉!! 배짱도 좋다...
'차라리 만원짜리 삼백 장 목에 걸고 다닌 게 더 낫지 않을까...'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지만 이렇게 큰 선물을 건넨 걸 보면 이젠 정말 결혼할 생각이 드나보네 싶어 시원섭섭한 이상 야릇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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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십년 뒤엔 둘째한테 받아~ㅎㅎ' 은근히 십 년 터울 아우에게 너도 장가 가기 전에 큰~ 선물 하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 큰 애.
갑자기... 고맙다는 말문조차 막혀 버린다... 목이 메인 걸 감추기 위해 아이들의 편지를 꺼냈다.
군대에서도 편지 쓰기 싫어 혼났는데 강제로 쓰라해서 썼었는데, 오늘은 형아가 강제로 쓰라 해서 쓴다며 사랑하는 엄마~ 건강하게 우리와 행복하게 살자는 말을 재미있게 그려 낸 둘째와
언제나처럼 든든함과 대견함이 잔뜩 묻어 나오는 큰 아이의 편지는 가슴 속에 진한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평소에 얼마나 검소한 아이인가를 너무나 잘 알기에 일년치 용돈을 내 선물에 투자한 아이의 마음이 정말 눈물겹게 고맙기만 하다. 여느 엄마들처럼 온갖 정성을 쏟아가며 잘 해 준 것도 없는 엄마...
바쁘다는 이유로 잘 챙겨주지 못하는 엄마를 만난 탓에 정말 스스로 자라준 아이들인데...
... 내겐 너무나 소중한 선물 내 생애 가장 고귀한 선물
그건 바로 너희들이란다...
오늘 받은 백금 다이아는 이 다음 세월이 많이 흐른 뒤 네 아내에게 선물로 줄께
사랑한다, 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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